옛날 강릉마을에 정씨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정씨의 집안은 그리 넉넉지 않았지만, 슬하의 딸 하나 굶기지 않을 정도의 살림은 되었습니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정씨의 딸은 혼기가 꽉 찬 처녀가 되었습니다.

정씨가 딸의 혼사문제로 고심하고 있을 무렵, 그의 꿈에 대관령 국사성황이 나타나 딸과 혼인시켜달라고 청하였습니다. 깜짝 놀란 정씨는 손을 설레설레 흔들며 성황을 사위로 삼을 수는 없다고 거절하였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더 흘렀을까. 어느 날 정씨는 딸이 노랑저고리에 남치마를 단정히 차려 입고, 뒷마루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때 어디선가 커다란 호랑이가 한 마리 나타나더니 정씨의 딸을 업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기겁을 한 정씨는 호랑이를 뒤쫓아 갔으나, 산신이 보낸 사자인 호랑이를 따라잡을 재간은 없었습니다.

이에 가족들은 모두 통곡을 하였고, 함께 대관령 국사성황당을 찾아가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러나 정씨의 가족들이 대관령 국사성황당에 도착하여 딸의 행방을 물었을 때, 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혼이 나가버린 정씨의 딸의 시신은 성황과 함께 비석처럼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가족들은 기막힌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딸의 몸을 성황에서 떼어내려고 하였으나, 마치 돌이 되어 버린 듯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정씨는 화공을 불러 딸의 화상을 그리게 한 뒤 성황에 붙였습니다. 그제야 딸의 몸은 성황에서 떨어졌고, 정씨의 가족들은 처녀의 시신을 집으로 데려와 묻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대관령 국사성황에게 시집간 처녀는, 그 뒤 국사여성황이 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