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단오제보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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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장구

	강릉 단오굿에서 사용하는 장고는 농악에서 쓰는 장고와 좀 다르다. 우선 크기가 농악 장고 보다 작고 장고통이 두 쪽으로 분해될 수 있도록 조립식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이동하기에 편리하게 되어있는데 그것은 이곳 무속의 전통이 단골지역이 없고 어디든 멀리 멀리 다니며 굿을 해야 하는 관행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이동할 때에는 분해해서 간단히 들고 다니고 굿을 할 때에는 부품들을 꺼내어서 조립하여 쓰는 것이다. 장고의 색깔도 농악장고와 다르게 그냥 옷칠을 하여 거무스럼한 색깔을 띄고 있고, 장구통의 가죽은 개가죽을 쓰는 것이 보통이다. 개가죽이어야 소리가 부드럽게 난다고 한다. 또 양쪽 가죽테를 장구통에 메울 때에는 농악장고나 정악장고처럼 쇠고리[鈞鐵]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흰 실끈만을 사용하여 간단하게 메운다.

장구를 메워 사용할 때에는 장구통 중간에 흰 창호지를 가볍게 묶어 두고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장고의 크기가 작은 것은 고구려의 고분벽화나 신라의 범종에 나오는 장고 그림과 통하는 것이어서 장고의 고형에 속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휴대하기에 편리하도록 조립식으로 발달한 것은 그들의 활동무대가 한정된 당골판이 아니라 동해안 전체의 열려있는 지역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장고의 북편은 궁글채를 쏘고 채편은 가는 대나무 채를 쓰는데, 궁글채는 박달나무로 다듬기도 하지만 회양목 공이에다가 앵두나무 손잡이를 끼워서 쓰기도 한다.

장고를 놓은 위치는 북편의 가죽면이 몸의 중심선에 오도록 놓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김용택)

그러니까 궁채를 왼손에 드는 사람들(김석출, 김용택 ,김용업, 제갈태호 등)은 장고를 몸의 오른편 쪽으로 약간 치우치게 들고 치게 되는데 이렇게 하면 장고의 왼편에 앉게 되는 징과의 교신도 원만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김용업)

궁채를 오른손에 드는 사람도 많다.(송동숙, 신동해, 김장길 등)

나) 징

	징은 농악에서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것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징은 대개 두드려서 만든 <방짜징>으로서 소리가 부드럽고 색깔 있게 울린다. 굿당에서 징을 칠 때에는 앉은 자리에서 치기 좋게 위에서 끈을 내려 매달아 놓고 치는 것이 보통이다. 징을 치는 채는 농악의 징채와 같다. 동해안 무속에서 악기를 가르치는 방법은 징부터 가르치는 것이다. 복잡한 타악의 음악을 가르치기 위하여 그들은 가장 주기가 긴 징을 처음 가르친다. 어린 양중(이곳에서는 남무(男巫)를 양중이라 부른다)에게 징을 잡게 하고 아버지가 옆에서 장구를 치며 치는 법을 지도하는 것이다. 청보장단이나 제마수장단 모두 혼합박자의 복잡한 장단이지만 그 장단의 흐름을 “하나아 두울 세엣"하며 속으로 세어서 징을 쳐야 할 때에 쳐야 하는데(그렇게 함으로서 장단의 칸살을 익히게 된다고 한다. - 김명익) 그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아버지 되는 장구잽이가 왼쪽 무릎으로 신호를 하기도 하고 눈짓으로 신호를 하기도하며 가르친다. 그렇다고 하여 연습을 따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실제의 굿판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수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린 양중은 바짝 긴장하여 징을 치게 되고, 그렇게 긴 장단의 속을 계속 세면서 익히고 나면 전체의 ‘장단속’을 파악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 꾕과리

	꽹과리는 농악에서 사용하는 것과 별로 차이가 없다. 다만 오래된 방짜여야 소리가 잘 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두드려서 만든 방짜의 꽹과리를 구하려 애쓰는 편이다. 꽹과리는 대개 두 종류를 사용하는데 흔히 농악에서 말하는 숫꽹과리와 암꽹과리가 그것이다. 숫꽹과리는 조금 예리하고 높은 소리가 나고 암꽹과리는 조금 부드럽고 눅은 소리가 나기 때문에 두개의 꽹과리가 잘 어울릴 수 있다.

꽹과리를 치는 채는 농악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공이가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밋밋한 막대기인데 굵기가 직경 약 2cm정도 되는 것이다.

꽹과리를 드는 자세는 왼손으로 든 꽹과리가 얼굴정면 중앙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오게 하고, 때로는 왼손이 오른뺨에 올 정도로 오른쪽으로 치우치게 들고 치는 것이 원칙이다.(김용택)

라) 바라(제금)

	절에서 사용하는 바라와 같은 모양인데 크기가 크질 않다. 그러나 진도 씻김굿에서 사용하는 바라보다는 크다. 그러니까 강릉단오굿의 바라는 중형이라 하는것이 적당할 것 같다. 바라가 완전한 타악의 가락 악기로 사용되는 곳은 동해안 뿐일 것이다. 바라는 꽹과리와 마주 앉아 꽹과리와 같은 가락을 마음껏 두드려 대는데, 꽹과리와 비중이 같을 수는 없지만 꽹과리와 같이 칠 수도 있고 꽹과리 보다 더 생략해 칠 수도 있으며 아예 안 칠 수도 있다.

우리네 민속음악이 대개 그러하지만 꼭 매인 원칙이란 것이 없다. 형편에 따라 또는 마음 내키는 데 따라 그 음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이것이야 말로 우리 음악의 특징이자 음악 본연의 모습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이 많다.

그래서 동해안 무속에서 바라라는 악기도 춤의 소도구로 쓰기도 하고 기악반주의 악기로 쓰기도 하고 또 무당이 신대나 사람에게 신이 내리게 할 때도 사용한다. 특히 신대나 나무에 신이 내리게 할 때는 무당이 바라를 “당 당 당 당-” 하고 두드리며 주문을 외우고, 또 바라를 두드리고 나서 주문을 외우고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바라의 역할이란 신을 오게 하는 악기가 되는 큰 역할인 것이다.

국사성황사에서 유교식 제례가 끝나면 무당들은 푸너리 음악을 울리며 굿을 시작한다. 굿은 '부정굿'으로 부정을 가셔내고, 한편에서 소지(燒紙)를 올리며 축원을 하고 성황굿을 하게 된다.

성황굿은 역시 청보무가를 부르며 진행한다. 청보무가의 음악내용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다룰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성황굿을 하면서 국사성황을 불러들이면 그 다음으로 할 의식은 신목을 베는 일이다. 신목을 선택하는 일은 ‘대잡이'가 산을 이리저리 다니며 신목을 선택하는데, 이때에 치는 타악은 <길놀이>음악이어서 <굿거리>를 치는 것이 보통이다. 대잡이가 일단 신목을 선택하면 무녀는 바라를 들고 주문을 외면서 그 나무에 성황신이 내리도록 의식을 진행한다.

무녀가 바라를 “당 당 당 당－"하고 치면서 주문을 외고 또 바라를 치고는 주문을 외고 하여 한참 반복하면 대잡이 장의 손이 떨리고 이내 나무 전체가 떨리며 신이 내리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그 나무를 베어 신목으로 삼고 준비해 간 갖가지 오색천을 그 나무 가지에 매어 하산의 과정을 밟게 되는데, 신목에 매는 오색천에는 그것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나이나 생년과 성명이 적혀 있다.

대관령에서 일단의 의식을 끝낸 일행들은 신목을 앞세우고 하산하게 되는데, 오는 도중 구산에 있는 성황당에 들려 마을제사를 지내고 마당에서 지신밟기를 한다. 옛날에는 도보로 내려오기 때문에 대관령에서 이곳 구산성황당까지 와서 굿을 하고 나면 날이 어두웠다고 한다.

그래서 강릉시민들이 마중 나오고 모두가 한 덩어리가 되면서 횃불을 밝히면 온 세상이 꽃밭이 된 듯한 장관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 장엄한 행렬이 부르던 노래가 “꽃밭일레 꽃밭일레 사월보름날 꽃밭일레 지화자 자 영산홍“하는 유명한 강릉의 민요이다. 지금은 자동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그런 행렬도 없고 또 함께 이 민요를 부를 수도 없다.

그래서 관노가면극을 할 때 잠깐 동안 이 노래를 부른다. 대관령에서 국사성황위패와 신목을 모시고 온 행렬이 최종적으로 도착하는 곳은 홍제동에 있는 국사여성황사이다. 이곳은 유명한 정씨가의 처녀 설화가 배경으로 전하는 여성황을 모신 곳이다.

이 여성황이 바로 대관령 국사성황의 배필이기 때문에 두 위패를 나란히 모시고 간단한 의식을 행한 후 이 날의 행사를 마친다. 이 성황당에서도 역시 푸너리를 친 다음 부정과 성황굿을 하고 소지를 올리며 축원을 한다.

본격적인 단오제가 시작되기 전날 저녁에 홍제동 여성황사에 함께 모셔져 있던 대관령국사성황신위의 위패는 신목과 함께 단오장에 마련된 굿당에 모셔지게 된다.

먼저 여성황사에서의 의식이 있다. 유교식으로 제례를 드린 다음 부정을 가시고 성황굿을 간단히 한 후 다시 내림을 받아서 새로 신목을 벤다. 4월 보름날에 대관령에서 베어 온 신목은 그 동안 시들어서 볼품이 없기 때문에 싱싱한 새 신목을 베는 것이다.

신목을 앞세운 무당의 행렬은 길놀이를 하면서 남대천에 마련 된 굿당까지 오게 되는데 오는 도중 정씨가에 들려 한 바탕 의식을 하고 시가행진을 한다.

그럴 때에 치는 가락은 굿거리가 기본인데 계속 굿거리를 치는 것이 재미없기 때문에 변화있게 단약 1장 단약 2장으로 변형을 시키며 몰아가기도 하고, 또 그냥 서서 기다려야 하는 시가행진 같은 데서는 아예 문굿장단을 치면서 한바탕 놀기도 한다.

행진이 끝나고 신목과 위패들을 남대천의 단오장 굿당에 모시고 나면 역시 앞서와 같이 유교식 제례와 간단한 굿으로 의식을 진행하고 행사를 마친다. 이러한 굿에서 쓰는 음악도 역시 부정장단－푸너리－청보장단의 무가－동살풀이 등이다.

강릉단오굿의 음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인다. 청보장단으로 하는 거리와 제마수장단으로 하는 거리로 나뉘는데, 부정굿·축원굿·조상굿·성주굿·칠성굿·군웅굿·지신굿·용신굿·하회굿·청좌굿 등은 청보장단으로 굿을 하고, 세존굿·심청굿·손님굿·제면굿 등은 제마수 장단으로 굿을 한다. 그 외 푸너리, 삼공잽이, 베기장, 삼오장, 도깨끼, 부정, 고삼, 자삼, 거무 등의 장단이 있다.

가) 청보창단

단오굿에서 청보장단으로 무가를 부른 거리는 부정굿, 청좌굿, 하회굿, 축원굿, 조상굿, 산신굿, 칠성굿, 성주굿, 원님굿, 지신굿, 군웅굿, 장군굿 등이었다. 이들 청보무가는 공통된 장단의 틀 안에서 각 거리의 특성을 살려 굿을 해 나간다. 그렇다고 하여 모든 청보무가를 똑같은 형식으로 하는 것을 아니다. 각 거리마다 삽입되는 여러 가지 요소도 있고 또 즉흥적민 재담이나 놀이가 곁들여 지기도 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개개의 굿거리에서 기장 공통되는 장단의 틀을 중심으로 그 흐름을 개관해 보겠다.

악사석에서 타악기의 합주가 “땅－땅－땅땅 다당땅－"라고 ‘푸너리'를 치기 시작하면 그 거리를 맡은 무녀가 제단 앞 굿판으로 서서히 춤추는 동작으로 나오며 옷매무새도 고치고 청중들도 살피며 굿할 준비를 한다. 이 서주와 같은 음악은 차츰 속도를 빨리 하며 푸너리 1장에서 2장 3장으로 넘어가는데, 거기에 따라 무녀도 춤을 빨리 추며 굿판의 주의를 한곳으로 모아 청보무가로 넘어 갈 준비를 한다.

음악을 리드 하는 것은 대개 악사석의 장고잡이가 하게 되는데, 장고는 무녀와 마주보는 자세로 앉아서 무녀와 눈신호로 교감하며 음악의 진행을 이끌어 간다. 그래서 장고는 무녀의 남편이 잡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방식으로 전체의 분위기가 청보무가로 들어 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되면 악사석에서는 소리가 큰 징으로 몇 번 잦게 치는데 이 징소리가 나면 무녀는 제단에 절을 정중히 한다.

무녀가 절을 하고 굿할 준비를 갖추는 동안에 악사석의 기악은 “다당－당－닷당－"하며 청보 1장의 기본박을 시작으로 복잡하고 신나는 청보 1장의 타악 한마루(유절형식 노래의 1절과 같음)를 친다. 그러면 무녀는 굿당 앞 마이크 쪽으로 서서히 걸어와서 무가의 한 절을 부르게 되는데 무가의 한 절은 앞서 기악이 한 마루를 친 그 길이와 같다. 무녀의 무가 한절이 끝나갈 무렵 기악이 차고 들어오면서 다시 기악의 한 마루가 시작되는데 이때의 무녀는 춤을 추며 다음 무가 부를 때를 기다린다.

그런데 그 춤이란 무척 곱고 절도 있는 춤이어서 짧게 짧게 추는 춤이지만 훌륭한 동해안 무속무용의 한 예라는 생각이 든다. 춤 사위를 제외하고 움직이는 동선만 설명하여 기악 한마루와 대비를 시켜 보겠다. 무가 한 절을 끝낸 무녀는 뒷걸음으로 8보쯤 천천히 춤동작을 하여 제단쪽으로 가서 제단 앞에서 한 바퀴 돌고, 다시 8보쯤 천천히 춤추며 오면 다음 무가를 부를 때가 된다. 내가 8보라고 한 것은 step의 숫자만 그렇다는 것이지 그 걸음걸이는 완전히 춤추는 동작이기 때문에 보통 걸음걸이 보다 휠씬 느리다. 내가 보기에 이곳 무녀들의 춤사위는 뛰는 동작이나 요란스러운 몸짓이 없는데도 무릎과 팔을 활용하여 정제된 고운춤사위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기악이 울릴 때에는 춤을 추고, 춤이 끝나면 장고와 징의 장단에 맞추어 무가를 부르고 또 기악에 맞추어 춤을 춘다. 그러니까 무가 따로 춤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청보장단이라는 음악의 틀 안에서 무가와 춤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만 무가를 부를 때에는 기악편성에서 장고와 징만으로 무가의 반주를 하고 춤을 출 때에는 꽹과리?바라?징?장고 모두가 될 수 있는 대로 시끄럽고 변화무쌍한 타악을 연출한다.

청보 1장의 무가와 무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차츰 빨라진다. 그러나 그 빨라지는 것을 일반 대중들은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 속도는 적어도 3~40분을 한 주기로 하고 느린 속도에서 빠른 속도로 까지 몰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연주자들의 마음속과 굿당의 관객들의 굿 정서가 합일하며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지 갑자기 빨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면 굿의 속도는 조금씩 빨라진다. 청보 1장이 빨라지면 자연스레 그 속도에 맞는 청보 2장으로 넘어가게 된다.

청보 2장이 되면 우선 장단의 기본 리듬꼴이 바뀐다. 3＋2＋3의 혼합박자가 아니라 3박자의 리듬꼴이 되고 거기에 따라 가사처리 방법도 휠씬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청보 1장에서는 “요지일월이요 순지건곤에, 반공시 초입 후에 하도낙상 고공팔괘, 선후천 오태만물 명부여 밝았어라, 좌우모여는 동서남북을 응하시고야." 와 같이 꽤 긴 사설을 시김새를 해 가며 천천히 부르지만 청보 2장이 되면 ”하도낙상 고공팔괘 선후천은 오해만물, 명분여로 밝았어라 좌우모여는 동서남북“ 정도로 짧아진 가사를 시김새가 덜한 가락으로 부르게 된다.

그러니까 청보1장의 한 절 메기는 가사보다 청보 2장 한 절의 메기는 가사는 짧아진다는 것이다.

무녀의 무가만 짧아지는 것이 아니라 타악을 칠 때 무녀가 추는 춤도 그만큼 시간이 짧아진다. 이렇게 무가와 무무가 번갈아 가며 한참 반복하다보면 또 속도가 빨라진다. 빨라지면 그 다음 청보 3장으로 자연스레 넘어가게 된다.

장을 넘기는 것은 굿의 진중 상당히 중요한 고비인데, 넘기는 주도권은 담당무녀와 장고잽이가 가지고 있는 셈이다. 담당무녀가 눈으로 신호를 하며 무가를 당겨 붙이면 장고잽이가 장고를 몰아치며 다음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악사석에서 기악을 몰아가며 빨리 빨리 넘어가도록 유도하는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넘어가더라도 아주 자연스럽게 조금의 단절감도 없이 넘어간다. 대개는 넘어가기 전에 오히려 더 복잡하고 화려한 가락을 빠르게 연주하게 되고, 그 고조된 분위기 때문에 부지중에 넘어가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청보 3장이 되면 청보 2장 보다 더 빠른 속도로 굿이 진행되는데 물론 장단의 기본 리듬 꼴도 달라지게 된다. 2분박 5개가 한구를 이루게 되는데 4구에 붙는 가사의 길이가 “진술중미 사살봉아, 아－ 헝아－, 사구천이 되었어라, 당나라 당옥제 시절에" 정도로 간단해 진다. 무가의 딕숀(발음 처리법)도 청보 1장이나 청보 2장에서는 강원도 민요의 시김새처럼 구성진 메나리토리로 사람들의 간장을 녹이듯 구성지게 부르지만 청보 3장 정도의 속도가 되면 그냥 가사를 주섬 주섬 엮어 부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노래를 부른다는 생각보다 사설을 전달한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처럼 굿의 진행속도가 빨라지게 되면 무가 한 절과 한 절의 사이도 자연 짧아지게 되고 그 사이에 추던 춤도 짧고 간단해 진다. 무녀의 춤사위도 간단해지고 춤추는 스텝도 뒤로 4걸음 정도 갔다가 청보 1장에서처럼 돌지도 않고 그냥 4걸음 정도 앞으로 오면 다음 절을 메길 시간이 되는 것이다. 청보 3장이 빠른 장단의 시작인 셈이다. 가사도 당겨 메기는 식이고 춤도 간단해진다. 그래서 이 3장은 대개 오래 지속하지 않고 빨리 몰아가서 4장으로 넘어간다.

청보 4장은 엇모리와 같은 5박 장단으로 꽤 빠르다. 그래서 한 절에 부르는 가사도 그 만큼 짧아진다. “첫번치국 허이야아 잡으신다 기자천년" 정도로 한 마디 한 마디를 툭툭 던지듯이 메긴다. 그러니 자연 춤도 빨라져서 무녀는 스텝을 할 수도 없이 그냥 선 자리에서 팔만 흔들며 춤을 대신한다. 그러니까 무가를 바삐 한 절 메기고 조금 쉬면 다음 절을 메기게 되는데 그 사이를 따로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그냥 선 채로 팔을 흔들면서 무가를 메기고 역시 그와 비슷한 동작을 하며 다음 절을 기다리는 식이다. 이렇게 한참 진행하고 나서 무녀가 숨도 돌릴 겸 가벼운 춤을 추면서 무가를 그치게 되는데 이것이 청보 4장의 끝이 되는 셈이다.

청보장단은 1장에서 부터 4장까지가 중요하다. 조금의 여유도 없이 숨가쁘게 진행되기 매문이다. 음악적으로 몰아가는 방법도 일정한 법칙이 있고 춤 역시 몰아가는 어떤 틀이 엿보인다. 이 청보 4장이 끝나면 기악만의 복잡한 음악이 한참 동안 연주되고 이어서 청보 4장보다 더 빠른 청보 5장으로 넘어 간다. 청보 5장은 가사가 대부분 축원에 관한 것이다. 템포는 매우 빨라서 “강릉시의 시민들이" 정도면 한 절이 된다. 청보 1장이라면 기본 리듬꼴 2개 정도에 들어갈 가사가 청보 5장에 오면 1절의 가사가 되는 셈이다. 그 만큼 단위가 짧아졌고 템포가 빨라진 것이다. 이때의 무녀는 춤다운 춤을 출 수가 없다. 그냥 축원의 사설을 메기고 숨쉬고 하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그런데도 그네들의 몸짓은 예사 몸짓이 아니다. 춤을 느끼게 하는 몸짓이다. 팔을 흔들고 몸을 흔들며 무가를 부르던 몸짓이 절정에 달하면 엑스타시의 상태에 몰입하듯 무가를 끝내면서 한 바탕 춤의 향연을 벌이게 된다.

춤은 춤대로 또 변화 있게 진행된다. 처음에는 조금 느리게 추다가 차츰 차츰 빨라지게 되는데 나중에는 겅정겅정 뛰듯이 추는 도무(跳舞)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서울굿의 도무와는 다르다. 춤추는 무녀는 자주 제단에 있는 대구포를 들고 소도구처럼 이용하는데 그것을 다루는 솜씨도 대단하다. 무엇보다 포를 머리 위로 올려 흔들면서 발을 빗겨 앞으로 쭉 쭉 뺏는 춤사위는 참으로 인상적이다. 이러한 춤을 송동숙은 거무라고 했는데 거무를 출 때에는 따로 거무장단을 쳐준다고 하였다.

거무가 끝나면 시주도 받고 축원금도 받으며 각종 놀이도 벌이게 되는데 이때에는 관중들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민요도 부르고 재담도 한다. 그렇게 일정한 형식 없이 한동안 놀고 나면 굿이 끝나는데 청보장단의 굿 한 거리가 이렇게 끝나는 것이다.

나) 청보창단의 음악적 구조

(1) 선율구조
청보무가의 선율은 속도가 느린 초장이나 2장에서는 노래답게 변화있는 선율이 많이 나오지만 4장이나 5장에 가면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선율은 매우 단순해져서 간단한 몇 개의 선율을 반복하는 식이 된다.

시김새를 뺀 선율의 주요 음을 위에서 부터 아래로 적어 보면 la sol mi re do ra mi인데 이 중에서 sol은 극히 드물게 나오고 la sol mi로 진행할 때에 주로 나온다. 그러니 결국 주요 구성음은 re do la (sol) mi인 셈이다. 무녀 신석남에 의하면 청보장단의 무가는 그 분위기가 차츰 차츰 고조되어 되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소리를 낼 때에 처음에는 하청으로 소리를 숙여 내지만 속도가 빨라지고 분위기가 고조되면 차츰 차츰 중청 상청으로 질러내게 된다고 한다. 실제 무가 선율을 채보해 보면 아래 mi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그보다 한 옥타브 위의 음들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전체의 선율이 낮게 진행하고 있다. 그러니까 선율이 낮은 부분은 mi에서 옥타브 위의 mi정도의 음역을 쓰고, 소리를 질러내서 선율이 전체적으로 높은 부분은 la에서 그 보다 한 옥타브 위의 la까지를 음역으로 쓴다. 무가 선율의 음역은 한 옥타브 정도인 것이다.

굿당의 분위기는 항상 떠들썩하기 마련이다. 우선 전체의 공간이 열려있고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다. 게다가 이곳 무가의 반주는 타악기 위주로 한다. 그러니 자연 무가를 부르는 무녀들도 목이 좋아야 하고, 좋은 목소리라도 크게 질러내지 않으면 굿판에 잘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마이크를 쓰면서도 소리를 질러가며 굿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1976년 단오제에서는 신석남, 김순희, 사화선 등이 처음 시작할 때 아래 mi가 나올 정도로 숙여내어 무가를 불렀다. 그러나 그들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pitch를 높여서 나중에는 위의 la가 나올 정도로 질러내게 되었다. 굿이 한참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전체적으로 고조된 분위기 때문에 모두들 좀 높은 음역으로 무가를 부르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종지음도 la가 완전종지 같이 들리고 mi는 반종지처럼 들렸다.

이곳 무가의 선율은 강원도 경상도의 민요토리와 같은 <메나리 토리>로 되어있다. 그래서 독특한 시김새도 많고 선율의 진행도 자유로우면서 어떤 큰 틀을 형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독특한 리듬에 긴 사설을 장시간에 걸쳐 노래할 수 있도록 선율의 구조가 자연스레 변용이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2) 청보장단 각장의 장단구조(리듬구조)
앞서 청보장단의 흐름은 1장 2장으로 속도를 더해가며 장단의 내용이 바뀐다고 했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청보장단 각 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 보겠다.

① 청보 1장
청보 1장의 기본박은 3＋2＋3으로 혼합박자이다. 이 기본박(기본리듬꼴)이 5개모이면 한구(phrase)가 되고 이러한 구(句)가 4개모이면 한 절(節), 곧 한 마루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한 절의 길이를 기악과 무가가 번갈아 가면서 진행하는 것이 굿의 흐름이다.

즉, 기악을 한 절,청보 1장 연주하면 무녀가 무가를 한 절하고 또 기악을 한 절만큼의 길이로 치고 나면 또 무가를 한 절 부른다는 것이다. 무가 한 절과 기악 한 절을 악보로 보여주면 다음과 같다.

악보상 가장 작은 단위로 표시된 한 소절의 박자는 3＋2＋3으로 8박자이다. 이러한 혼합박자는 흔하지 않은 박자인데 청보 1장은 그러한 혼합박자로 되어 있다. 하긴 동해안 무악에는 제마수 1장도 청보 1장과 마찬가지로 8박자 단위로 되어 있으니까 이 지역에서는 혼합박자가 특별한 박자가 아니라 아주 흔한 박자인 것이다.

그런데 이 박자는 우리말을 노래로 만들 때(永言) 아주 편리한 박자인 모양이다. 옛날 고려가요를 적어 놓은《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의 박자구조가 대개 이러한 박자구조이고 세종 때 만든 정간보(井間譜)의 박자구조 또한 8박 두개를 포개 놓은 16박구조인 것이다.

오늘날의 시조나 가곡의 박자도 역시 8박을 중시하고 있다. 그런 점을 보면 3＋2＋3의 혼합박자는 우리나라의 옛날 노래에 많이 쓰던 박자이고 우리말을 노래화 하기 좋은 박자임이 분명하다. 그러한 박자구조가 오늘날의 민속음악 중에는 동해안무가에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8박의 혼합박자는 진양조나 중모리와 같은 균등박자보다는 훨씬 고형(古形)의 박자인 것이다. 고려 때의 가요 사모곡, 가시리, 서경별곡, 청산별곡은 물론이요 그 당시의 무가(巫歌)라고 하는 성황반(城皇飯)?내당(內堂)?대왕반(大王飯)?잡처용(雜處容)?삼성대왕(三城大王)?군마대왕(軍馬大王)?별대왕(別大王) 등이 다 3+2+3구조의 혼합박자이다.

이러한 사실들로 미루어 보면 이 8박구조야말로 우리나라 음악의 기본박자이고 보편적인박자인 것이다. 그런데 청보 1장이 바로 그러한 전통성이 강한 혼합박자로 되어 있으니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한때 이런 사정을 모르는 음악학자가 이 혼합박자를 3+2+3의 균등박자로 해석하여 논문을 지도한 적이 있기에 더욱 이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기본박 한 소절을 5개 연결하면 한 구(句:phrase)가 되는데 이 한 구의 다섯이라는 단위도 재미있는 단위이다. 특히 오늘날의 음악이론은 서양음악 이론을 기준으로 하는 경향이 있어서 대부분 4소절을 한 구로 치는데 이 음악은 분명 5소절이 한 구가 되는 것이다.

왜 5소절이 한 프레이즈가 되었을까를 따져 볼 것도 없이 그렇게 프레이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다섯이라는 단위는 나중 청보 4장에 가면 기본박이 1박으로 줄어들면서 전체가 5박자가 되어 버린다. 5박자 역시 8박자와 함께 한국음악의 기본박자에 속하는 혼합박자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아주 자연스런 박자이고 또 고형의 박자이다.

그러니 그 5박자의 다섯이라는 단위가 이 프레이즈 형성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하여간 청보 1장의 한 프레이즈가 5소절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의미있는 특징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래서 노래로 부르는 무가의 악보구조를 보면 노래곡 형식으로 따질 때에는 3+2+3의 8박자로 된 5소절이 한 프레이즈가 되고 그러한 프레이즈 2개가 한 악절을 이룬다. 실제 노래의 가사도 한 악절 단위로 단락이 지고, 선율의 흐름도 첫번째 프레이즈에서 반 종지를 하며, 둘째 프레이즈에서 완전 종지를 하여 한 악절의 느낌을 충분히 갖게 하고 있다. 그래서 무가의 사설과 선율의 흐름으로 보면 두 개의 프레이즈가 확실한 한 악절을 형성한다.

그리고 나서 다시 이어지는 두 개의 악구도 역시 같은 방법으로 한 악절을 이룬다. 그래서 무가 전체로 보면 두 개의 악절로 된 두 도막 형식의 노래곡처럼 되는 것이다. 청보 1장의 무가는 전형적인 두 도막 형식의 노래곡 형식을 취하고 있다. 5소절이 한 악구를 이룬다는 것이 다를 뿐, 선율의 흐름이나 종지형의 사용방법이 다 두 도막 형식의 노래곡 형식에 맞는다.

그런데 여기에서 꼭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징이 들어가는 지점이다. 일반적으로 징이라는 악기는 장단의 주기를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악기여서 대개 장단의 처음에 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위의 악보를 자세히 보면 청보 1장에서 징이 들어가는 곳은 첫번째 프레이즈가 아니고 두번째 프레이즈를 시작할 때에 친다. 한 악절을 단위로 징이 들어간다면 당연히 첫째 프레이즈의 첫째박에 징을 쳐야 할 터인데, 거기에서는 안치고 한 악절의 중간이라고 할 수 있는 둘째 프레이즈의 첫박에 징을 치니까 무가의 주기와 징의 주기가 맞지 않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것이 청보장단의 특징이고 고도로 세련된 모습인데 보통 상식으로는 이해도 할 수 없는 기발한 방법인 것이다. 노래 선율의 주기와 타악의 주기가 엇 엮여 있음으로써 무한한 계속성을 갖게 하는 방법이다.

마치 문양의 완자무늬처럼 어디에서 시작해도 되지만 어디까지라도 갈수 있는 그런 형식인 것이다. 한 단위 한 단위로 똑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의 요소가 일련의 관계를 가지고 무한히 연속할 수 있도록 하는 형식 그것이 한국문화의 한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필자는 이러한 실질적인 예를 접할 때마다 우리 조상들의 뛰어난 예지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음악에 있어서 징을 이와 같이 사용한 용례는 다른 음악에서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에 청보장단의 징치는 법은 매우 중요한 용례가 된다. 만약 후일에 어떤 이론가가 청보장단의 징 치는 법이 보편성에 어긋난다고 하면서 각 악절의 처음에 치라고 주장한다면 큰일이다.

징을 한 악절의 중허리에 치는 것 그것은 청보장단의 기막힌 장점이다. 각 악구마다 치는 것보다 훨씬 음악적이고 악절의 처음에 치는 것보다는 몇 배 더 높은 수준이다.

징 치는 법이 그렇게 수준 높게 되어 있기 때문에 동해안 무속의 양중들도 징 치는 것을 그러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어린 시절 무속음악을 처음 배울때에 이 징을 치며 음악 속을 배우기 때문에, 징만 제대로 치게 되면 그 복잡한 장단도 저절로 터득하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징은 중요하고 또 그 역할이 크다고 하겠다.

무녀가 부르는 무가와 기악으로 연주하는 부분도 확연히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연결 되도록 되어 있다. 악보에서 보면 무가가 끝날 무렵 두 소절 전부터 쇠가락이 치고 들어온다.

무가의 마지막과 쇠가락이 오버랩되면서 노래에서 기악으로 자연스레 넘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민요의 창법에서도 자주 나오는 방법인데 메기는 사람이 후렴의 끝부분을 슬쩍 거들어 하면서 다음 절을 메기는 식이다.

청보 1장의 구조 하나만 보더라도 그 속에는 우리 음악의 특징스러운 여러 가지 요소들이 내포되어 있다. 독특한 박자구조며 멋진 형식 등 정말 우리 문화의 핵을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요소들이 가장 한국적인 것인데 현대에는 쇠퇴하거나 없어져 생각하기도 어려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 장단구조야말로 잘 보존하고 더 세련시켜 우리 문화의 엣센스로 널리 활용하였으면 한다.

② 청보 2장
청보 2장은 무가와 기악을 반복하는 점이나 징을 악절의 중간에 치는 점 등이 청보 1장과 똑같다.

청보 1장과 확연히 달라지는 점은 기본박이 3박자가 되고 템포가 좀 더 빠르며 한악절에 메기는 사설이 상대적으로 짧아진다는 점 등이다. 청보 2장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하여 무가와 기악의 리듬악보를 사용하겠다.

이 악보에서 보면 청보 2장은 기본박이 3분박이고 그것이 5개 모여 즉 다섯 소절이 한 악구를 이루며 2개의 악구가 한 악절을 만든다. 그리고 그러한 두 개의 악절이 무가 한 절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가사도 “하도 낙상 고공 팔괘, 선후천은 오해만물. 명부여로 밝았어라, 좌우모여는 동서남북” 이렇게 4구절이 한 절(마루)에 들어간다.

이 기악 악보에서는 꽹과리의 구음을 적어 보았다. 이 구음은 무녀 신석남의 구음이다. 구음으로 보면 장단이 3분박으로 약간의 변형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현장의 음악을 들어보면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하게 어우러진다. 꽹과리와 바라 장고가 각기 자기 마음대로 가락을 만들고 액센트를 구사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이 들을 때에는 3분박이 아닌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어찌 보면 바로 그 점 양중들 각자가 마음껏 자기 가락을 밀기도 하고 당기기도 하면서 다양한 겹가락을 치는 것이 강릉단오굿의 기악을 그토록 돋보이게 하는 요인인지도 모른다. 청보 2장은 다른 이름으로 도제끼라고도 한다.

그래서 이곳 무녀들은 2장으로 넘어 간다는 것을 “도제끼로 넘어 간다"라고 말한다. 1장에서 2장으로 넘어갈 때에 원칙적으로는 무녀가 주도권을 가지고 장고잽이에게 신호를 하며 넘기는데 넘길 때에는 무가 한 절의 맨 마지막 부분을 2장 붙임새로 바짝 당겨 채치듯이 댄다. 그러면 모든 악사들이 금방 알아차리고 그 다음의 기악부분을 2장의 리듬으로 치게 된다.

굿의 어느 거리이든지 청보 1장을 얼마의 길이로 하고 청보 2장의 길이를 얼마로 한다는 약속이나 원칙은 없다. 정말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결정한다. 특히 청보무가는 사설조차도 일정하게 고정된 것이 많지 않다.

대강의 내용을 무녀의 기량에 따라 만들어 붙이는 것이 보통이다. 그것은 그동안의 동해안 굿이 노래와 춤을 중시하고 그것으로 굿판의 분위기를 휘어잡으며 축원 위주로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마수장단으로 부르던 서사적인 무가까지도 청보장단으로 부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③ 청보 3장
청보 3장의 구조는 청보 1장 2장과 같은데 템포가 빠르고 기본박이 바뀐다는 것만 다르다. 청보 3장은 다음의 악보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본박이 2분박이고 징 들어가는 위치는 청보 1장이나 2장과 같다.

사설의 두번째 행은 언제나 아무 뜻이 없는 "아－흥아"라든가 '어－히야"로 하는 것이 1장이나 2장과 다른 점이다. 청보 3장은 그리 오래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청보 4장을 향해서 막달음질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템포을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양중들은 그러한 부분을 “장단을 쪼라 간다”고 하는데 겹가락을 치면서 복잡하게 몰아가던 가락을 오히려 단순화시키면서 “덩 덩 덩 덩 덩덕"하며 강하게 때려 4장으로 넘겨준다.

④ 청보 4장
청보4장은 여러가지 면에서 청보 1, 2, 3장과는 다르다. 기본박은 청보 1장에서 8박이던 것이 청보 2장에서는 3박으로 줄었고, 청보 3장에서는 2박으로 줄었는데 청보 4장에서는 1박으로 되는 셈이다. 한국음악의 중요한 방법이 바로 박수를 줄이면서 속도를 몰아가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그러한 예이다. 산조의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처럼 청보1장－청보 2장－청보 3장－청보 4장으로 박수를 줄이며 속도를 빠르게 몰아 온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박수를 기본박 1로 줄여 놓고 보니 음악에 1박자란 없다. 결국 기본박 5가 한 프레이즈를 이루던 그 한 프레이즈가 청보 4장에서는 박자단위가 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따지니까 청보 4장의 박자는 5박자가 되고 장단으로 따지면 엇모리장단이 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1, 2, 3장의 한 악구가 4장에서는 한 소절이 되었으니 4악구로 되었던 한절이 5박짜리 4소절로 된 한 절이 된 것이다.

그런데 청보4장이 되면 징의 역할과 징치는 곳이 또 달라진다. 악보에서 보는 바와 같이 5박 장단에서 1, 3, 4박에 한 번씩 쳐 준다. 치는 방법도 1, 2장과 달라져서 징 안에 손바닥을 대고 가볍게 막았다 뗐다 하면서 “덩－덩덕 덩－덩덕" 하면서 친다. 그래서 사실은 굉장히 신나고 흥겨운 느낌을 준다.

무녀의 무가도 빠른 장단에 몰아 붙이기 때문에 숨 가쁘게 진행된다. 그래서 4장의 마지막쯤에는 무가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가사를 잘 들을 수 없을 정도가 된다. 그렇게 한참 계속하던 청보 4장의 무가가 끝나면 기악은 약간 템포를 늦추면서 2분박으로 쳐 나가는데 이때 무녀는 숨을 돌릴 겸 천천히 춤을 추다가 청보 5장으로 넘어간다.

⑤ 청보 5장
청보 4장 다음에 간주격에 해당하는 기악과 그에 맞추어 추는 춤을 지나서 청보 5장의 무가가 시작된다. 청보 5장의 무가 사설은 전부 축원인데 단오굿의 축원부분은 굉장히 길게 하는 것이 보통이다. 아마 단오굿에 오시는 관중들이 모두 복 받기를 원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각 거리마다 축원을 하는데 직업별로도 축원을 해 주고, 어른과 아이 등 세대별로도 축원을 해 주고, 각 기관을 대상으로도 축원을 해 준다. 축원은 할수록 좋은 것이니까 많이많이 하는 것이다.

청보 5장의 장단구조는 3분박 12박이 한 장단을 이룬다. 그런데 템포가 빠르기 때문에 그냥 4박자와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민속악장단으로 보면 동살풀이 같기도 하고 잦은 굿거리 같기도 한 장단이다.

청보 5장은 그 자체로도 처음보다 나중을 빨리 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위의 악보를 가지고 설명하면 처음 조금 느릴 때에는 무녀가 무가를 ① ②와 같이 대고 기악은 ㉠이나 ㉡과 같이 친다. 그러나 템포가 빨라지면 무가는 ②를 빨리 붙이는 식으로 하고 기악은 처음보다 반이 줄어든 ㉢이나 ㉣과 같이 친다. 어떤 양중은 꽹과리를 “딴딴띤딴”하고 그냥 넉점씩 찍어주기만 한다. 이때의 징은 징소리가 울리고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비스듬히 눕혀놓고 손바닥으로 안을 막고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친다.

무녀가 사설을 댈 때에 앞에 “디야”하는 어조사를 하고 나서 사설을 대는 것이 보통이다. 또 축원하는 말은 무가의 칸살 안에서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기악이 연주하는 칸살까지 연이어 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열기가 있고 그 열기만큼 속도가 빠르고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다.

그래서 무가의 선율도 지극히 간단하게 되는데 굳이 구성음으로 따지자면 단3도 관계의‘do’와 ‘la' 두음 정도를 가지고 선율을 만들어 간다. 그래서 한 구절을 마친 때에도 'la'의 음정에서 약간 끌어내리면서 마치고 그 ’la'음을 그냥 쭉 뻗으면서 마칠 겨를이 없다. 무녀가 신나게 축원을 하면 악사들은 "에이 시자 오－시자'하면서 바라지를 해주는데 그 바라지의 리듬이 무척 흥겹다. 그래서 바라지하는 악사들은 무릎을 한껏 올리고 내리면서 춤추듯이 움직이며 바라지를 한다. 이렇게 축원의 신나는 무가는 한참만에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이렇게 하여 청보 5장이 끝나는 것이다.

다) 제마수장단

강릉단오굿에서 제마수장단으로 무가를 부르는 거리는 <세존굿>, <심청굿>,<손님굿>, <제면굿>이다. <세존굿>은 당금애기 본풀이라고도 하는 것으로 동해안의 오구굿과 별신굿에서 두루 연행되지만 강릉단오 같은 큰 별신굿에서 하는 것이어야 제 격식대로 하는 것이지, 오구굿에서는 당금애기 본풀이 없이 청보장단으로 하기 일쑤이다.

근래에는 강릉단오굿에서도 세존굿을 간단히 하는 경향이 있는데 가능한 한 제 격식을 갖추어 옛날식대로 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심청굿 역시 제마수장단으로 무가를 부르는 전형적인 굿거리이다. 심청굿은 판소리 심청가와 그 줄거리가 같고 연행하는 방법도 서로 상통하는 점이 있어서 민속음악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굿거리이다.

그런데 마침 1989년 서울대학교에서 나온 석사논문에 김선영이 쓴《동해안 서사무가 심청굿 연구》가 있어서 여러가지로 참고가 되었다.

제마수장단에 대하여는 최난경이 1992년도에 서울대학교에서 석사논문으로 《동해안 무가중 세존굿의 제마수장단고》라는 논문을 쓴 바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참고하여 설명하기로 하겠다.

(1) 세존굿의 내용과 대강의 흐름

① 굿이란 어느 거리나 처음 시작할 때에는 기악으로 서주에 해당하는 음악을 연주한다.
세존굿의 경우도 청보무가와 마찬가지로 '푸너리'를 치는 것이 보통이다. 푸너리는 일종의 도입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신에게 굿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신고음악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푸너리도 1, 2, 3장으로 나누이는 장단이다. 그래서 차츰 차츰 빨라지는 장단인데 짧은 시간에 1장에서 3장까지 진행하기 때문에 속도도 금방 빨라지게 된다. 장단의 구조는 1장이 8박 구조, 2장이 4박 구조, 3장이 2박 구조로 박수를 반씩 줄이며 그만큼 속도를 몰아간다. 그 내용을 악보로 보여주면 다음과 같다.

② 당금애기
본풀이 제마수 1장으로 ① 삼한 세존님이 서천서역국에서 불법을 전파하러 나오는 대목을 부른다. 그리고 나서 그 다음에 이어지는 대목은 대략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② 삼한 세존님이 시주를 걷기 위해 서천서역국의 당금애기 집으로 가고, ③ 부모와 형제 모두 외출한 집에 당금애기 홀로 있다.

④ 세존님과 당금애기 동침하여 임신하고 세존님은 어디론가 가버렸다. ⑤ 돌아온 부모님이 당금애기 임신한 것을 알고 당금애기를 산에 갖다 버린다. ⑥ 당금애기 돌함 속에서 아들 삼형제를 낳는다.

⑦ 당금애기 어머니가 당금애기와 아이들을 데리고 귀가한다. ⑧ 할머니가 손자들을 데리고 '둥둥타령 (사랑가)'을 부른다.

그런데 이 부분 ②에서부터 ⑦까지는 제마수 2장으로 무가를 부르고 ⑧의 '둥둥타령'은 굿거리장단으로 부른다. 서사적인 내용은 제마수장단으로 부르고 삽입가요와 같은 성격의 '둥둥타령'은 굿거리로 부른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대목들로 구성되는데 설명의 편의상 번호를 메겨 보겠다. ⑨ 세 아들 삼태자가 서당아이들에게 애비 없는 자식이라고 놀림을 받고 어머니에게 아버지를 찾아 가겠다고 한다.

⑩ 삼태자는 어머니의 지시대로 절로 들어가서 아버지를 상봉한다. ⑪ 아버지는 삼태자에게 이름을 지어 준다. 첫째는 태산, 둘째는 태백, 셋째는 한강이라고 한다. ⑫ 삼태자는 아버지를 따라서 신이 되고 어머니도 신이 된다. ⑬ 그리고는 자손들에게 명과 복을 점지해 준다.

여기에서 ⑨ 삼태자가 놀림을 받고 아버지를 찾아 가겠다고 하는 대목부터 ⑫ 삼태자와 어머니가 신이 된다는 대목까지는 제마수 3장으로 무가를 부르고 마지막 자손들에게 명과 복을 점지해 주는 축원 내용은 동살풀이장단으로 무가를 부른다.

제마수무가는 서사적인 내용을 판소리와 마찬가지로 말과 소리(섬모리 또는 섬이라고도 함)로 진행하게 되는데 어떤 부분을 말로 하고 어떤 부분을 소리로 하는가 하는 것은 무녀의 재량에 달린 것이다. 말을 많이 하면 시간이 단축되고 힘도 덜 들게 될 것이고, 소리를 많이 하면 시간이 더 걸리고 힘도 더 들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섬모리 보다는 말로 대강 대강 빨리 하는 세존굿이 늘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둥둥타령'같은 삽입가요는 일정한 곡조가 있어서 언제나 일정하게 노래처럼 부른다.

③ 뒷놀이
당금애기 본풀이가 끝나면 삼오동장단에 맞추어 고깔과 장삼을 입은 무녀가 나와 무무를 추게 되는데 이것을 '삼오장무관‘이라고 한다. 삼오장무관역시 삼오장 장단이 1, 2, 3, 4장으로 몰아가면 춤의 동작도 점점 빨라진다.

무녀는 고깔과 장삼을 입은 채 무용극을 마임(mime)으로 해 나가는데, 늦은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부채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조는 흉내와 이를 잡아 손톱을 빨아먹는 흉내를 낸다. 이어서 물을 퍼서 양치질을 하고 또 세수하는 흉내를 낸 다음 전대띠로 짚신 삼는 흉내를 낸다. 짚신을 다 삼고 나서는 중중모리 단모리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고는 끝을 맺는다.

바라춤은 바라를 땅에 놓고 엎드려서 춤을 추며 입으로 이것을 물어 들어 양손에 쥐고 바라춤을 춘다. 바라무는 장단이 늦은 굿거리, 중중모리, 단모리의 순으로 바뀜에 따라서 그 동작이 점차로 빨라진다.

이어서는 ‘도둑잡이'라고 하는 토막극이 벌어진다. 도둑잡이는 중잡이놀이라고도 하는데 마을의 도둑을 막아달라는 기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한다. 무녀는 ’시군‘, 즉 중으로 등장하고 제주는 상좌역으로 등장하는데 제주를 도둑 또는 상제라고 부른다.

상좌는 자루를 메고 제상에 앉아있고 얼사촌이 몇 명 등장하여 도둑을 잡으러 왔다고 하면서 중잡이놀이를 한다. 얼사촌은 보통 양중들이 맡아서 한다. 이런 식의 좀 갖추어진 세존굿을 정리해 보면 서주－당금애기 본풀이(제마수 1장 - 제마수 2장 - 제마수 3장)－뒷놀이(삼오장무관, 대사 없는 무용극, 바라춤, 상제놀이, 도둑잡이)로 구성된다.

(2) 제마수장단의 음악적구조

① 제마수 1 장
㉠ 박자와 형식
제마수 초장은 기본박이 청보1장의 기본박과 같은 3+2+3의 혼합박자인데 한 프레이즈가 청보와는 달리 6소절 1프레이즈를 이룬다. 그런데 그 한 프레이즈를 한 절로 하여 무가와 바라지가 번갈아 연출된다.

다시 말하면 ♪♩♩♪♩와 같은 8박자를 기본으로 하고 이 8박자×6=한 절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가로 한 절을 하면 그 다음 바라지를 그만한 길이로 받아 주고, 또 무가를 한 절 부르고, 다시 바라지를 받아주는 식으로 진행한다는 말이다.

제마수장단으로 굿을 할 때에는 장구가 중심이 되고 징만 사용할 뿐 꽹과리와 바라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가를 할 때에는 장구를 반주격으로 치지만 무가가 쉴 때에는 양중이 장구를 크게 치며 스스로 바라지를 한다. 징은 자주 치지 않고 무가를 댈 때 한번 치고 바리지 할 때에는 치지 않는다. 그러니까 징은 기본박 12개, 즉 12소절에 한 번 들어가는 셈이다. 제마수 1장을 악보로 만들면 다음과 같은 것이 된다.

㉡ 반주의 특징
무녀가 “석가 세존님네는－, 서천 인도에서－" 와 같이 두 마디를 한 절고 메기면, 장구잽이 양중이 "아－아－, 세－존－아－"하고 바라지를 해준다. 다시 또 무녀가 ”불법을 말을 하시고－, 미륵성으로 서천서역국에서－"하고 무가를 부르면, 양중은 장구를 치면서 "아－아－, 세－존－아－"하고 바라지를 해 준다.

장구잽이는 무녀가 무가를 부를 때에 첫머리는 합장단으로 시작하지만 그 다음 부터는 채편을 적당히 치면서 반주를 하는데, 이렇게 장단의 일부분만 적당히 가락을 넣어 두드려 주는 것을 “염 딴다” 혹은 “염 따 준다”고 말한다.

그런데 청보장단의 경우 여러개의 악기가 각기 겹가락을 많이 치면서 복잡한 음악을 만들어 가는 것이 보통인데 장구 하나와 징만으로 반주하는 제마수 장단은 복잡한 가락을 많이 쓰지 않고 기본박을 비교적 잘 지키며 쳐 주는 것이 보통이다.

기본박을 해체하여 복잡하고 까다롭게 치는 것을 "풀어친다“라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무녀가 박자에 헷갈리기 쉽기 때문에 서사적인 제마수 무가는 원박을 쳐 주는 것이 보통이라는 것이다. (송동숙의 말)

징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무가를 댈 때 한 번 치면 무가 한 절을 부르고 바라지까지다 부르도록 그냥 쉬는 셈이다. 그래도 징의 역할은 중요한 것이다. 그 긴 시간 동안 마음으로 전체를 감싸고 음악의 흐름을 하나의 형식에 담는 것이다. 그러다가 제마수 장으로 넘어가게 되면 징의 역할은 훨씬 많아지게 된다.

우선 제마수 1장에서 제마수 2장으로 넘길 때부터 징은 장구와 함께 “덩－덩－덩－" 하면서 제마수 2장의 기본 장단을 제시하고 2장으로 넘어 간다.

징의 주법은 장구와 단 둘이 쓰이기 때문에 큰 소리 보다는 장구와 어울리는 소리를 얻기 위하여 징을 뉘어 손바닥으로 받치고 약간 막아 가면서 친다. 그래야 소리가 부드럽고 여운이 짧게 끝나기 때문이다.

㉢ 사설 붙임
길고 긴 서사무가를 연창할 때 무녀가 사설을 어떻게 붙여 나가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설이 잘 전달되고 또 소리하기 편하고 그래야 숨이 차지않고 장시간 동안 노래 할 수 있다. 더구나 하루 종일 무가를 부르고 춤을 추어야 하는 무녀들은 스테미너 조절도 잘 해 가며 무가를 불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마수 1장의 무가는 대개 두 숨에 한 절을 부르는데 “석가 세존님네는－"하고 한숨 쉬고, 다시 "서천 인도에서－"하고 한숨 쉬는데 그 다음을 "아－ 아, 세존아”로 바라지가 나온다. 이러한 가사 붙임을 정간악보로 만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제마수 1장의 한 절에서 얼마나 긴 사설을 가사로 사용하느냐 하는 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 정말 무녀 마음대로이다. 그러나 아주 적게는 5자를 붙이는 경우가 있고 많게는 20자 정도를 붙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까 제마수 1장의 1절 가사는 5~20 글자가 들어 갈 수 있다고 말 할 수 있겠다. 그러나 3~4글자의 네 마디 말을 두 숨에 부르는 것이 가장 편하다고 한다.

가사붙임에 있어서 박수를 늘이고 줄이는 것은 많은데, 엇부침이라던지 잉어거리같은 판소리식 붙임새는 발견되지 않는다. 합장단으로 시작하고 매 절마다 분명하게 단락을 지어 주어야 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래서 이곳의 무가는 대부분 판소리식 붙임새로 따질 때 ‘대마디 대장단’으로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 선율(Melody)
이런 부분은 굿의 처음 부분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음역도 낮고 차분하게 불러 나간다. 그래서 선율의 형태도 도약진행이 적고 자연스럽게 완만한 움직임을 보인다.

굳이 계명으로 음조직을 따진다면 ‘미’ ‘라’ ‘도’ ‘레’ 음이 많이 나오고 ‘솔’음이 하행에서 가끔 나오는 음조직을 갖는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서양 음악식 설명이고, 우리식으로 말하면 경상도나 강원도의 민요토리인 ‘메나리 토리’로 되어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무녀는 자유롭게 가락을 만들어 가며 무가를 부르지만 그 자유의 범위가 따지고 보면 메나리 가락 안에서 노는 것이라는 말도 된다. 하긴 이곳 동해안 무속들의 음악어법은 메나리토리 중심으로 되어 있고, 동해안 무가가 모두 메나리토리로 되어 있으니까 제마수 1장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제마수 1장의 무가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분위기도 좀 가라앉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요즘 굿판에서 제마수 초장을 빼고 바로 2장으로 굿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굿 하는 사람도 편하고 듣는 사람들도 덜 지루할런지 모른다. 그러나 제마수 초장을 빼는 관례가 거듭되면 전체적인 굿의 예능이 퇴화할 뿐만 아니라 무당굿 자체가 변질될 우려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무녀들의 기량이 옛날 무녀들보다 향상되지 않고, 그래서 제마수 무가를 부를 수 있는 무녀가 줄어가고 있는 판국인데 ‘세존굿’ 이나 ‘심청굿’을 제마수장단으로 하면서도 초장을 빼고 한다면 장래가 우려되는 것이다. 그래서 강릉 단오굿만이라도 제마수 무가를 제 격식대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지켜 나가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② 제마수 2장
제마수 2장은 기본박이 느린 3박자이고(♩＝78), 3박자 4소절이 한 장단을 이루는 것처럼 되어 있다. 그래서 한 장단을 12박자로 채보하면 편리하도록 되어 있다.

연창형식은 바라지나 기악연주 없이 무가만 계속 불러나가는 식이다. 그래서 음악적으로는 고정된 틀이 없고 사설의 흐름에 따라서 어떤 때는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하고 어떤 때는 단락을 짓기도 하면서 계속해 가는 것이 보통이다. 어떻게 보면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 제마수 2장으로 해 나간다.

가사 전달이 제일 잘 되고 많은 내용을 계속 이야기 할 수 있다. 반주 악사는 장구와 징만 사용하는데 무가의 흐름에 따라 적당히 쳐 주기 때문에 때로는 효과음을 만들어 주는 것처럼 들린다.

③ 제마수3장
제마수 3장은 제마수 1장과 같이 바라지가 있는 연창형식이다. 무가를 빠른 3분박 4박자로 한 장단을 메기면 장구잽이를 비롯한 양중들이 같은 길이의 한 장단을 바라지로 받아준다. 다시 무가를 한 장단 메기고 또 한 장단 받아주고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

그러니까 기본박이 빠른 3박자(♪＝138)이고 그런것 네 소절이 한 프레이즈 즉 한 장단을 이룬다. 편의상 8분의 12박자로 채보하면 한 장단이 한 소절 안에 다 들어가게 된다.

라) 부정

부정1장 : 부정굿에 사용되며 기본 박은 (♪♩♩♪♩)×으로 이루어진다.
부정2장 : 부정굿에 사용되며 3분박으로 4박자로 이루어진다.
부정3장 : 부정굿에 사용되며 기본 박은 3분박으로 2박자로 이루어진다.

마) 푸너리

(1) 푸너리1장 : 푸너리는 일종의 도입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신에게 이제부터 굿을 하겠다는 사실을 알리는 신고음악의 역할을 하며, 일명 올림채, 머리채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푸너리는 1, 2, 3장으로 나뉘는 장단이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1장에서 3장까지 진행하기 때문에, 장단의 속도가 차츰차츰 빨라지게 된다. 푸너리 1장, 2장, 3장의 박수를 반씩 줄이면서 그만큼 속도를 몰아간다. 푸너리 1장의 구조는 (♩×8)의 구조이다.

(2) 푸너리2장 : 푸너리 2장의 구조는 (♩×4) 구조이다.

(3) 푸너리3장 : 푸너리 3장의 구조는 (♩×2) 구조이다.

바) 삼공잽이

(1) 삼공잽이1장(꽃노래, 뱃노래, 초롱등노래)
마무리되는 굿에 나머지 소모품을 없애는 과정에서 행해진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지고 꽃노래와 뱃노래와 등노래는 순서대로 행해진다. 꽃노래에서는 꽃에 대한 사설을 한다. 기본 박은 (♪♩♩♪♩)이 열두개가 모여 한마루를 이룬다.

(2) 삼공잽이2장(꽃노래, 뱃노래, 초롱등노래)
삼공잽이 2장의 기본 박은 3분박의 개념으로 ♪×24가 한마루를 이룬다.

(3) 삼공잽이3장(꽃노래, 뱃노래, 초롱등노래)
삼공잽이 3장의 기본 박은 3분박의 개념으로 ♩×12가 한마루를 이룬다.

사) 배기장

(1) 배기장1장 : 초롱가를 할 때 사용되는 장단이다. 기본 박 3분박으로 (♪♩♩♪♩)×4로 이루어졌다.
(2) 배기장2장 : 초롱가를 할때 사용되는 장단이다. 기본박 2분박으로 (♪♩♩♪♩)×4로 이루어졌다.
(3) 배기장3장 : 초롱가를 할 때 사용되는 장단이다. 기본 박 2분박으로 ♩×10로 이루어졌다.

아) 삼오장

삼오장1장 : 삼한 세존굿 중에만 사용된다. 기본 박은 2분박으로 삼오장 1장은 40박으로 이루어져있다.
삼오장2장 : 삼한 세존굿 중에서만 사용된다. 기본 박은 2분박으로 삼오장 2장은 8박으로 이루어져있다.
삼오장3장 : 삼한 세존굿 중에서만 사용된다. 기본 박은 2분박으로 삼오장 3장은 4박으로 이루어져있다.

자) 도깨끼

굿에 쓰이는 장단 중에서 가장 클라이막스 부분에 사용된다. 무녀와 악사의 장단 애드립으로 이루어진다. 전체적으로 빠르고 활발하며 경쾌한 느낌이 주종을 이룬다. 기본 박은 3분박이며 12박으로 이루어진다.

차) 고삼

삼환세존굿 중에서 스님타령에 사용된다. 기본 박은 (♩×12)로 3분박의 개념으로 이루어진다.

카) 자삼

삼환세존굿 중에서 스님타령에 사용된다. 기본 박은 (♩×12)로 이루어진다.

타) 거무

(1)거무1장 : 굿판에서 무녀가 춤출 때 춤곡으로 사용된다. 기본 박은 (♩×12)로 3분박으로 개념으로 이루어진다.
(2)거무2장 : 굿판에서 무녀가 춤출 때 춤곡으로 사용된다. 기본 박은 (♪×12)로 3분박으로 개념으로 이루어진다.
(3)거무3장 : 굿판에서 무녀가 춤출 때 춤곡으로 사용된다. 기본 박은 (♪×12)로 2장보다 템포가 빠르게 이루어진다.